노장

나는 얼마만한 우물에 살고 있나 - [삶의 실력, 장자]를 읽으며

놀공 2025. 8. 25. 20:33

반도 채 안 읽었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자쾌, 미완, 덕, 우물 안 개구리 등

 

오늘은 우물 안 개구리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장자 <추수>편, 황하의 신 "하백"이 北海의 신 "북해약"을 보고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북해약 왈,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말해줄 수 없소.
공간의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오.
여름 한철 사는 벌레에게는 얼음을 말해줄 수 없소.
시간의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오.
자잘한 선비에게는 도를 말해줄 수 없소.
교육 받은 내용의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오.
그런데 하백 당신은 양쪽 강변을 벗어나 큰 바다를 보고,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지경에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소.
이제 비로소 당신과 더불어 대도의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되었소.


                                                                                         [삶의 실력, 장자], 최진석,  p.127

 

 

10여 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고 육아만 하던 제가

보험을 배워보겠다고 했을 때

남편은 제게, "너는 세상을 너무 몰라."라며

제가 보험 일을 오래 하기 어려울 거라는 암시를 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나를 모르는 거지...'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만큼 녹록지도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2년, 3년, 5년... 시간이 지나며 남편 말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돈과 얽힌 상황에서는 180도로 바뀔 수도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다 우리처럼 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보험 일은 내 우물의 크기를 키워 주었습니다. 

 

이런저런 경험과 통찰로 그럴 수도 있거니... 그러려니...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여전히 나의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 분야의 책들, 특히 과학 도서를 읽다 보면

나는 정말 얼마나 무지한지를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나의 우물과 그 속에 있는 내가 얼마나 작은지 가늠이 됩니다.

 

얼마 전 출장으로 Rhode Island의 Providence라는 지역의 공항에 내렸습니다.

미국에 살며 많은 도시를 다니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공항은 비슷합니다.

Providence의 공항도 겉모습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작은 도시라 그런지 규모도 작고, 공사중이라 오히려 좀 소박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화장실 바깥 분위기와는 달리 무슨 호텔 화장실 같았습니다. 

어디선가 한 번 보기는 했는데 자동으로 비닐 커버가 교체는 변기가 있었습니다.

손을 씻으면서 한 번 더 놀랐습니다.

Dyson이라고 쓰인 수도꼭지였는데 손을 움직이다 보니 바람이 위-잉 하고 나왔습니다.

수도꼭지 양 옆에 손을 대면 바로 건조가 되었습니다.

저만 놀란 건 아니었습니다.

함께 간 동료도 나름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인데 그런 공항 화장실은 처음 봤다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27년 살다 미국에 와서 현재 28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요즘은 생활 면에서는 한국이 더 편리하고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자원도 자연 환경도 정책도 다르다 보니

모든 지역의 수준이 다 같지는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뭉뚱그려 비교를 합니다.

"Rhode Island는 부자들이 별장을 짓고 휴가를 즐기는 곳이라던데 그래서 그런가 보네요...ㅎㅎ"

 

 

Rhode Island 한 공항의 화장실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ChatGPT에게 Rhode Island의 경제 수준을 물어보았습니다. 

답은 내가 예상했던 바와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정책과 순위: 개선 중, 아직은 뒤처지는 느낌?

경제 전반 지표로 평가할 때, 로드아일랜드는 미국 내 경제 성과 순위에서 33~38위 사이로 하위권입니다.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도 가장 낮은 편이고요. richstatespoorstates.orgGoLocalProv. 다만 2019~20년 코로나 이전에는 실업률이 3.5% 수준이었고, 이후 팬데믹으로 치솟았다가 점차 회복되었어요. WikipediaEncyclopedia Britannica. **개인소득(per capita income)**은 중간 수준—2021년 기준 약 64,376달러로 전체 17위 수준 globaledge.msu.edu. 주와 지방정부 재정규모는 연간 158억 달러, 1인당 약 14,431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이에요.

 

호텔 화장실 같은 공항 화장실만 보고

나는 로드 아일랜드가 부유한 주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자들의 별장이 많다는 선입견이 한몫한 것 같습니다.

아마 찾아 보지 않았다면 계속 착각하고 있을 겁니다.

Providence downtown을 돌면서는

부유한 주라서 그런지 downtown이 좀 세련되고 깨끗하다고 했습니다.

그 역시 선입견이 만들어낸 인상이었네요.

내가 보고 경험한 것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게 다일 거라고 믿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번 출장으로 또 체험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여행을 하라고 하나 봅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우물 안에 있습니다.

그 우물의 크기가 각자 다를 뿐입니다.

늘 갇혀 있어서 그럴까요?

내가 우물 안에 있음을 자각하지 못합니다. 

내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자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 세상, 이 나라, 그리고 지구 바깥에도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끔씩만이라도 자각한다면 

나 잘났다고 거만을 떠는 일은 줄어들 겁니다.

 

인문학은 과학 공부와 병행해야 한다는 유시민 작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과학 분야에서 또한 계속 새로운 발견이 일어나며 과학자들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자연에 대한 다큐를 보며 자연이 얼마나 신비한지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그때도 내가 얼마나 뭘 모르고 살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러고는 또 잊고 지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절대 진리인 줄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강요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공부는 꼰대를 벗어나게 합니다. 

오늘, 아주 조금, 겸손해졌습니다.